90APT/Interview

[90APT] 13 간호사 - red MinS

안녕하세요, 간호사입니다. 구공아파트의 205호는 간호사의 소개로 개발자 red MinS 님이 입주했습니다. 먼저 소개를 해주세요, red MinS 님!

안녕하세요. 개발자 red MinS 입니다. :D

 

먼저 게임 ‘뮤그’ 와 그 제작과정 관해 여쭤보고 싶어요. 게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뮤그는 어떤 게임인가요?

게임에 관해 소개를 요청받을 때 무엇을 중점으로 설명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되네요. 룰을 가진 놀이로서의 뮤그는 2048을 변형한 퍼즐과 캐릭터 수집 요소가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제가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자, 게임을 해본 분들이 타 게임과 다르게 느끼는 부분은 아마 ‘여성이기에 겪은 편견과 차별’을 주제로 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어떻게 기획하시게 된건 가요? 과정이 궁금해요.

회사를 그만둔 뒤, 1인 개발을 시작하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간단한 퍼즐 게임을 하나 기획했어요. 작업할 때 항상 커피나 차를 마시는데, 마시던 머그컵을 보다 이 안의 차 찌꺼기들을 휘저어 퍼즐을 맞추면 좋겠다 싶었어요. 개발 초반엔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보려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퍼즐을 맞추며 차 찌꺼기 요정을 모으는 형태만 구현했어요. 개발하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회사에선 만들 수 없는 나만의 게임을 만들려고 회사도 관뒀는데, 이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인가? 간단한 게임이라고 해도 이미 한두 달 붙잡고 만들던 작업물인지라 욕심이 났어요. 고민하다, 게임도 하나의 매체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야기를 넣어보기로 한 것이지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떠오른 게 그간 직장을 다니며 저를 가장 괴롭히던 무심코 던져지는 편견의 말들이었어요. 레드민스씨는 여잔데 이렇네 저렇네, 원래 여자들은 이래, 원래 남자들은 이러니까 네가 이해해… 이런 말들 있잖아요.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뮤그는 그런 페미니즘 컨텐츠가 돋보이는 게임이지요. 여기에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사실 요새 논의되는 수준의 여성 이슈는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도 바닥인 인식과 환경과 싸워야 하는 수준이라 당황스럽긴 해요. 인권, 여권에 대한 인식이 있으신 분들이 나누는 논의와 실제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인식 수준의 격차가 너무 커서, 스스로도 내가 생각하는 게 너무 당연한 소리만 하네 싶다가도 바닥인 여권 수준을 보면 내 생각이 너무 급진적인 이상론이 아닐까 고민하게도 되기도 하고…

사실 뮤그 내면서도 엄청 걱정했어요. 게임에 여성 문제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신상 캐기라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위협을 하지는 않을까 하구요.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남자분은 과민반응이라고 하더라구요. 뭐, 상식적으로도 여성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집 주소를 캐내어 죽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걱정하는 건 말도 안 되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죠.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저런 걸 걱정하는 게 오히려 웃긴 일이 되어버려요. 하지만 제 목숨은 하나고, 정말 저런 비상식적인 짓을 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나와서 저를 해코지하려 든다면, 과연 일반의 상식에 기대서 아예 아무런 공포감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요새 생각하는 건, 여성들이 느끼는 이런 원초적인 공포마저도 감정적인 것, 비논리적인 것 취급을 하고 아무 것도 바꾸지 않으려고 하는 그들의 나이브함이에요. 방조자들의 나이브함을 지적하고, 그들도 행동하게 하고 싶어요.

 

개발 과정 중의 에피소드, 애로사항도 궁금해요 :)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한 이야기지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려면 학문적인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페미니즘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제 주변에선 자주 마주할 일 없었던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까지 접하게 되었고, 모두 다 게임에 담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문제는, 제가 이걸 이야기로 풀 수 있을 만큼 깊이 아는 게 아니었고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들은 게 아닌 책으로만 읽은 거니까요), 하나의 시나리오와 맥락 안에 녹여내기엔 역량도 부족했다는 점이에요. 이야기가 중구난방 산으로 가고 있을 때 즈음 친구가 테스트 버전을 보고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게 더 좋겠다는 조언을 해줬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 가장 처음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여성’ 문제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한창 개발을 하던 작년 여름에 게임업계에선 ‘메갈’을 하는 것으로 의심받은 한 성우가 게이머들의 거센 반발로 목소리를 삭제당하는 일도 있었네요. 그때 저도 인터넷을 통해 사건을 접하고 시시각각 올라오는 글을 확인하며 마음 졸이고, 분노했었어요. 한편으론 뮤그를 내고 나면 나도 저런 일에 휩싸일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구요. 분노와 공포, 다양한 감정들이 휘몰아쳐 도저히 개발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당시 제가 활동했던 여성 전용 게임 커뮤니티에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이 의견과 응원을 주셨어요.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이 이후에 재정난으로 1인 개발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지금 부터는 개발자 red MinS 님과 인디게임 개발씬, 근처의 다른 작업자들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red MinS 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회사에 다닐 때, 애정을 담아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만든 게임이 팀 관리자의 독단적인 결정이나 사업부의 요구에 맞춰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되거나, 힘들게 만든 게임이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하고 프로젝트가 접히는 걸 여러 번 겪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거란 생각에 ‘1인 인디’라는 결정을 내렸어요. ‘redMinS(레드민스)’라는 이름은 거창한 의미를 담은 건 아니구요, 1인 개발사니까 회사 이름이 곧 내 활동명이란 생각이 들어서 이전까지 회사에서 그림을 그릴 때 쓰던 이름 MinS에 제가 좋아하는 색 빨강을 붙여 새로 지었어요.

 

언제부터 게임개발을 하기 시작하셨나요?

사촌 언니네에서 처음 컴퓨터란 걸 접하고 해본 도스 게임부터 학교 전산실에 몰래 깔아 즐기던 바람의 나라, 조이시티. 남동생 하라고 부모님이 사줬던 디아블로2와 당시 유행하던 쯔꾸르 게임들, 게임잡지를 사면 부록으로 따라오던 CD 게임들, 용돈을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는 현질의 맛을 알려준 온라인게임 마비노기까지 저는 게임을 하는 걸 참 좋아했고, 직접 만들며 살고 싶어 관련 학과에 들어갔어요.하지만 그토록 기대하며 들어갔던 게임학과는 신생 학문이라 이론적으로 쌓인 것도 별로 없고, 커리큘럼이며 교수진 모두 아직은 방향을 잡아나가던 단계였기에 실망이 컸죠. 잠시 휴학을 하고 다른 공부를 했고, 복학 이후엔 타 전공의 수업을 더 많이 듣기도 했어요. 그래 봤자 미술 베이스 안에서 애니메이션과나 영상과를 기웃거린 정도긴 했지만 나름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만화를 그려볼까, 그림책 작가가 되어볼까, 실험적인 인터렉션 미디어아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방황하던 시간을 지나 졸업을 앞뒀을 때, 마침 해외에선 아트 게임이라 불리는 장르가 발전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이 한국에도 소개되었고 졸업 직전엔 인디개발자로 아트 게임을 만들면서 살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졸업작품으로 만든 게임이 그 일환으로 시도해본 작업이었는데, 막상 졸업하고는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회사생활의 한계를 느끼고 다시 1인 인디개발로 돌아왔지만요.

 

게임개발을 하며 다른 분야의 작업자들과는 어떤 관계와 지형을 이루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을 전공했다 보니 주변에 시각적인 창작물을 만드는 친구들이 많아요. 같은 게임업계 디자이너나, 출판이나 광고 디자이너, 모션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 만화를 그리는 친구도 있어요. 지금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는 친구는 원래 BX 디자이너였는데, 이직준비를 하는 동안 제가 게임의 영문번역을 부탁했어요.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대화도 자주 하게 되고, 게임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의 경험을 들으며 제 행보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어요.

 

인디게임과 게임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인디게임’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은 제가 예전에 꿈꿨던 그 인디게임과는 개념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재미’라는 부분에 어떻게 접근했냐를 따지기보다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회사의 규모가 작으면 인디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기사들도 인디 게임의 창의성, 재미를 이야기하기보다 작은 인원으로 개발해서 얼마의 수익을 냈다! 이런 데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니까 그런 기사만 보고 뛰어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물론 꾸준히 실험하고, 도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고 개발 인구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생긴 것 같아요.

 

기성세대와 또래 세대의 개발씬과 1인 개발에 관련하여서도 생각 여쭙습니다 :)

이전엔 회사에 다니며 게임을 만들었어요. 게임 업계는 성비가 불균형한 곳이고, 그래서인지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가 만연해있어요. 시장도 남성 플레이어가 더 많다고 흔히들 생각하기 때문에 남성을 타깃으로 한 게임 장르를 더 많이 만들구요. 그래서 회사의 결정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결국 회사를 나왔고, 어딜 가도 비슷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1인 개발을 결심했습니다. 1인 개발은 고독한 작업이고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매력도 큰 것 같아요. 개인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풀어낼 수도 있고, 다른 팀원에게 의견을 설명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없기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실험해 볼 수도 있어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저는 앞으로도 계속 제 이야기를 하는 게임을 내고 싶어요. 남들이 할 수 없는 이야기란 건 결국 제 이야기 밖에 없을 테니까. 출시하는 게임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공통된 주제의식과 미감으로 누가 봐도 ‘이건 레드민스의 게임’이라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짱이다. 너무 멋지고 정말정말 기대가 되어요.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무리입니다. 감사합니다! ♥︎

 

간호사

the90nurse90@gmail.com

red MinS

redminsgame@gmail.com

https://twitter.com/redMinSgame

'90APT > Inter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90APT] 15 NNK - 류한솔  (0) 2019.12.12
[90APT] 14 김성재 - 구샛별  (0) 2019.12.12
[90APT] 12 NNK - 김효재  (0) 2019.12.12
[90APT] 11 김국한 - 윤 연  (0) 2019.12.12
[90APT] 10 NNK - 전나윤  (0) 201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