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08 / 23
구샛별
1986년 출생
학력
2015.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 졸업
2107.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평면전공)전문사 재학중
전시
2017.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 2인전 / 서천
2017. <blue/grey Scenery> kart플랫폼 릴레이전시 / 서울
2015. <한치의 단단한 땅> 아마도예술공간/ 서울
<작업노트 중에서>
blue/grey Scenery (연작) 2014-2017
풍경이 가진 적막함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직접 체험했던 공간의 쓸쓸했던 기운들을 기억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간에서 지워져 버린 ’무엇’ 에 대한 탐색, 또한 그러한 풍경이 자아내는 낯섦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작업하였다. 동물원이 생기를 잃어버린 순간 나의 판타지도 무너져 버렸다. 그 순간 마주하게 된 얇은 판타지의 레이어들은 갈라지고 벗겨져 이내 현실을 드러내 버리고 환상도 현실도 아닌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 그림 속 물감들로 비교적 가벼운 구조의 화면을 만들고 활기를 잃어버린 건조한 풍경의 동물원을 재현하고자 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페인팅으로 작업하고 있는 구샛별 입니다.
작가님 대부분의 작업이 페인팅인데, 작가님은 페인팅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뻔한 얘기 일수 있지만, 페인팅은 다른 매체들에 비해 몸과 가장 밀접하고 즉각적인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근육을 쓰는 습관이 다 다르고, 각자가 가진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터치를 써도 전부 다르게 나오게 되죠. 또한, 작업에 쓰이는 붓질 하나하나가 그림 속에서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너무 잘 드러나기 때문에 그리기 전, 그리는 도중, 계속해서 순간순간 판단하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매체들도 그런 부분들이 없지 않겠지만 페인팅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몸과 닿아 있는 매체라 하면 주로 조각이나 조소를 떠올리는데, 그렇게 접근할 수도 있겠군요. 작업 노트에 있는 텍스트 중 “사진을 통한 구상의 재현과 캔버스에서 일어나는 물질적 사건들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라고 하신 부분을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주로 사진을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하기 때문에 사진과 그것이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통해 재현될 때의 간극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은 그저 무의미한 일일 테니까요.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다 보면 의도치 않은 표현을 얻게 되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아 뭉개져 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저는 이것을 일종의 사건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저는 사진 속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지만 마지막엔 제 그림이 사진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길 원합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제 그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회화적 방법론은 어떤 것인가요?
대상을 보고 붓이나 물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생각하는데 동물원에서 본, 여기저기 묻어 있는 동물들의 오물이라던가 메말라서 벗겨진 페인트 자국들의 틈새, 또는 노후되어 곧 허물어질 것만 같은 철골구조물들 보고 나이프를 떠올렸습니다. 나이프에 물감을 묻혀 찍어내듯 바르면 날카롭지만 정돈되지 않은 직선들이 나오거든요. 붓으로 하는 터치보다 훨씬 효과적인 표현이 나올 때는 도구를 바꾸어 써 보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작업을 실제로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인데, 전에 작은 이미지로만 봤을 때 밀도가 두껍게 쌓여 있는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림이 얇아서 놀랐습니다.
실제로 레이어를 여러 겹 쌓아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밀도 있는 그림은 아닙니다. 제 그림은 프린터기에서 출력물이 나올 때처럼, 위에서부터 시작해 아래에서 끝이 나요. 실제로 물감의 레이어는 한 겹뿐인 셈이죠.
그렇다면 빠른 시간내에 완성이 될 것 같은데, 100호 정도의 그림을 그리면 얼마나 걸릴까요?
평균 이틀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물감이 다 마르기 전에 끝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물감이 마르기 전에 터치를 넣고, 넣으면 캔버스 위에서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는데 이때 우연적으로 얻어지는 표현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러 매체 중, 페인팅으로 작업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페인팅을 좋아해서라기보단 여러 가지 매체를 다루어 봤는데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되거나 못 하는 것들을 하나씩 지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페인팅만 남더라고요.그림은 오랫동안 꾸준히 그렸으니 가장 익숙했고, 무엇보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웃풋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편하고 가장 완성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매체가 회화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업 대부분이 동물이 없어진 우리를 재현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동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동물원에 갔었는데, 실제로 가서 본 동물원의 구조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물을 잘 볼 수 없는 구조라고 느껴졌어요. 뿌옇게 더럽혀진 유리 벽을 통해서 봐야 하거나 촘촘한 철조망 사이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만큼 동물들을 마음껏 관찰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이 아닌 배경 환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들이 실제 동물보다 훨씬 더 동물 같은 기운을 뿜어대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이건 꽤나 생경한 경험이었는데 이런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화면에서 동물들을 빼고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작품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나 경험에서 출발하는지 궁금합니다.
작업들은 대부분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과정에서 볼 때 개인적인 이야기나 경험에서 출발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리고 싶은 느낌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에 어울릴만한 경험을 끌어 오기도 합니다. 동물원 이전에는 개를 많이 그렸었어요. 그때 저는 너무 묘사적으로 그리고 있는 저의 그리기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이미지 보단 좀 더 물감으로 다가간, 어떻게 보면 더 이미지가 뭉게지고 좀 더 감정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나에게 그런 대상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개를 그리게 되었는데, 개는 제가 굉장히 두려워하고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대상이었거든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경험이나 기억은 전부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님의 작업이 어떤 느낌이나 이미지로 보여 질것을 생각하면서 작업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제가 경험한 기억이 우선시 되는 것 같아요. 우선은 내가 원하는 대로 작업하는 것이고 이것이 반드시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오히려 의도한 바가 아닌 다른 느낌으로 봐 주길 기대하기도 합니다.
비어 있는 동물원을 현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현실(현재)이 궁금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가 긍정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듯 보이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내가 살고있는 이 도시는 무기력하고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거든요. 사실 저 자신이 그런 것 같아요. 무엇인가 되어 보겠다고 아등바등 하고 있지만 늘 확신이 없고 불안하다가 결국엔 무기력하게 머리가 아득해 짐을 느끼게 돼요. 동물원이라는 부조리한 공간 속에서 내가 느끼는 무언가도 나의 이런 상태들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최소한의 돈을 벌면서 최대한의 작업 시간을 확보하는 계획 같은 것들을 세우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드라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게으른 편이라 데드라인이 없으면 한없이 늘어지거든요… 공모 같은 것에 꾸준히 지원한다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들을 만들어 놓으면 뭐라도 하고 있게 되고 뭐라도 쌓이게 되더라고요. 학부 졸업 후 2년의 공백이 있었고 현재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 작업을 좀 더 해 보기로 마음을 먹긴 했는데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일단은 일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2년 정도 시간을 흘려보냈고 이 상태로 계속 가다간 작업하기 힘들 것 같았죠. 학교에서 벗어나니 너무 고립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본격적으로 작업을 다시 시작할 계기가 필요해서 대학원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방학 기간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주로 어떻게 지내시나요?
돈을 버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기회가 되면 전시, 요가, 책 읽기 모임 등등을 하며 바쁘게 살고 있어요. 곧 개강하면 학교에도 다녀야 합니다.
그렇군요. 앞으로의 작업이나 계획이 있을까요?
11월에 동물원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전시가 하나 예정되어 있고, 이후엔 다른 소재로 작업하게 될 것 같아요. 최근에 누군가로부터 괴물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껴서 작업에 어떻게 연결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고 있어요. 작업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현시대(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작가님의 작업이 어떻게 보여지고 생각되었으면 하나요?
아직 나의 작업이 시대적 차원에서 어떻게 놓여야 하냐는 고민까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조금씩 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90APT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90apt와 같은 일종의 플랫폼을 생각해 내고 스스로 만들어 꾸려나가고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스무 살 초중반 즈음엔 무언가 스스로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채널들이 많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김성재
radiation008@gmail.com
구샛별
rntotqu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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