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APT/Interview

[90APT] 16 푼타 - Dahee ZOE

2017 / 10 / 29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파리에서 사진을 하고 있는 다히작가입니다. 프랑스에서는 Dahee ZOE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지금 계속 프랑스에 계신 것으로 아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방금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어요. 파리 날씨가 꾸릿해서 기분이 상쾌하진 않지만 족제비가 반겨주는(반려동물) 집에 돌아오니 기분은 좋네요.

 

-최근엔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요즘엔 작품 구상을 하고 있어요. 픽토리얼리즘(회화주의)을 바탕으로 한 간다라 미술의 재해석을 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 구상하는 것은 제 예술관과 테크닉의 최고점을 요하는데 어릴 때부터 항상 시도해왔고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져온 제 세계관의 정점이거든요. 집착이라고 할까요? 항상 시도를 해왔기에 제 나이, 환경, 기술, 정신 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물론 망한 게 많아서 잘 숨겨놓고는 있지만 나중에 제가 죽으면 가장 가치 있는 연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뭐라고 정의 내리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직 작품 수도 많지 않고 패션/상업/순수를 너무 오락가락해서 정의 내리기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확실한 건, 전 동양의 미를 바탕으로 서양의 터치를 넣는 걸 좋아해요. 아라베스크의 조화라던가 유라시아의 아름다움 이런 거?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다히작가 생각하면 동서양의 조화를 재해석한 작가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계기로 패션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그냥 예쁜 옷이 좋아서요. 화려한 모습만을 보고 사랑에 빠졌는데 알면 알수록 더 헤어 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옷에 달린 비즈는 어디서 만들어졌고, 바느질은 어느 나라의 어느 기술이고 옷감은 이태리의 어느 회사 것인데 이 기술은 언제부터 시작되어서 지금까지 사용되는 이런 거? 지금은 오뜨 쿠튜르를 너무 사랑해서 나중엔 패션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제 오뜨 꾸튜르 브랜드도 차리고 싶어요.

 

 

-작업을 하는데 영향을 받은 매체, 작가, 소재 등이 있나요?

저는 한국의 모든 고급 전통의상 (불어로는 오뜨 꾸튜르=높은 기술로 만들어진 의복)을 다 좋아해요.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에요. 어릴때는 항상 눈을 감으면 기생들이 샤랄라 장구를 치고 있고 후에는 모던 걸들의 센스 있는 한복 매칭과… 지금은 궁중한복에 열광해요. 뿌리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것만큼 아름답고 기쁜 일이 어딨겠어요? 작가로서는 팀 워커, 저도 팀 워커와 비슷한 길을 갈 것 같아요. 외면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점점 내면의 공허를 외면의 폭발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할 수 있는…! 허황된 꿈일지도요. 하하. 또 엘리 삽. 엘리 삽은 제 종교에요. 파리 레바논계 오뜨 쿠튜르 디자이너들이 사람 잡을 정도로 잘 만드는데 엘리삽은 참 깔끔하면서도 폭발적이에요. 이 사람이 맘먹고 폭발을 시킬 때에는 정말 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그냥 한번 유튜브에서 Elie Saab 검색해서 보세요. 할 말이 없어요. 여담으로 제 친구들이 엘리 삽 브랜드와 엘리 삽씨와 함께 일했는데 사람도 드물 정도로 좋으시다고 들었어요. 저는 오늘도 엘리 삽 적금 통장에 입금을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신경 쓰는 디테일이라거나, 주로 사용하는 주제/소재가 있나요?

저는 패션 포토그래퍼다 보니까 맘을 놓고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더욱이 나이 있으시고 엄격한 교수님 밑에서 1:1 도제 형식으로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머리카락 한올, 메이크업 브러시 자국 하나, 의상 주름, 배경지의 높이와 펴는 법, 정리하는 법, 조명의 1cm 차이까지 다 일일이 예민하게 반응해요. 근데 제가 인턴을 하는 동안 하도 남들한테 당하고 살아서 남한테 시키는 거는 정말 싫어해요. 가능하면 제 작품이니까 제가 더 노력하려고 해요.

 

 

-했던 작업들 중에 기억에 남거나 의미 있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왜 그런지 이유와 함께요.

모든 작품을 할 때 그것이 저 스스로를 쥐어짜서 나오는 에센스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사실 다들 하나하나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워요. 제 영혼이나 몸의 일부가 담긴 느낌? 굳이 재미있는(사실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자면, 2년 전이었을 거예요. IMG 신인 모델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특별한 촬영을 구상했어요. 내용은 멀쩡해 보이던 소녀(모델)가 알고 보니 죽은 사람이었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어요. 위치를 찾다가 샤를 드 골 공항의 소음으로 인해 공항 측이 마을을 매입해 주민들이 떠나 60년 동안 방치된 파리 외곽의 마을을 찾아서 촬영을 했어요. 온 마을이 60년 동안 버려져있었으니 정말 대낮에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음산했고 폐가들에 의미심장한 낙서들도 소름 끼쳤어요. 상상해보세요, 폐가 한 채도 무서운데 온 마을이 폐가로 가득 차고 아무도 없다면요. 촬영은 문제없이 잘 마무리 되었어요. 후에 연세가 지긋하신 멘토와 작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데 멘토께서 사진을 보시며 깜짝 놀라셨어요. 동네 이름을 물으시길래 답을 해드렸더니, 기겁을 하시면서 말씀을 못 이으시더라고요. 사실 그곳이 소음 때문에 공항에서 매각한 게 아니라 60년대에 초대형 비행기 추락사고로 인해 초등학교와 민가를 덮쳐 심각한 수의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사람들이 떠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왠지 작은 마을에 무덤이 너무 많더라고요.

 

 

-저와 연락을 하셨을 때도 본인의 작업이 상업적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상업적 작업과 비상업적인 작업 사이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좀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비상업적인 작업은 영혼을 쥐어짜는 것이고 상업적인 작업은 몸과 머리를 쥐어짜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프랑스에서 공부 중이신데, 어떤 계기로 나가게 되었는지, 그곳의 작업환경은 어떠한지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작업자에 대한 대우,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 등등)

한국 학교 그리고 학급 안에서 이뤄지는 권력구조와 싸움이 참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 때 사진일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무작정 유럽으로 3개월간 여행 겸 어학연수를 오게 되었고요, 프랑스의 똘레랑스와 미국이나 한국에 비교되지 않는 평등정신에 충격을 받아서 다음 해 프랑스로 유학을 오게 되었어요. 예술가에 대한 대우는 사회적으로는 좋아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이 주로 금융가에서 일하거나 대학에서 연구를 한다던가 법조인인 경우가 많아요. 대우가 좋다고 돈을 잘 번다는 건 아니에요. 파리는 돈이 잘 돌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로 알바라던가 프리 일을 하기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사람이 굶어죽지는 않도록 법이 되어있어요. 알바를 해도 1시간 최저임금이 10유로 정도이고 (13000원 정도), 작가로 활동하면서 최저임금도 못 번다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학생같은 경우에는 정부에서 주택 보조금도 15-30만원씩 나오고요, 파리를 제외하고는 물가나 집값도 많이 안 비싸고요, 사실 여타 대도시와 다르게 파리는 작고 물가가 높은 편이 아니기에 돈이 없으면 3-40분 정도 떨어진 외곽에서 살면 한국보다 저렴하게 살 수도 있을 거예요. 미술가 협회도 잘 발달해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순수회화가 아니라 미술가 협회가 아니라 수공인 협회 (저도 제가 무슨 근거로 수공인 인지 모르겠지만요)에 등록되어있는데 무료 회계사, 무료 금융 컨설팅, 무료 변호사 등의 도움이 되어있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프랑스에서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신가요?

우선 5-6년간은 파리에 있을 예정이에요. 후엔 뉴욕을 생각하고 있어요.

 

-90년대생으로서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남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렵죠, 그래서 저는 “예술”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서 저 스스로를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비즈니스 우먼-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시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동시대 작업자들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들끼리의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할까요? 만약 필요하다면/필요치 않다면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동시대의 작업자들은 SNS에 너무 집착하는 듯 싶어요. 키케로가 이렇게 말했죠, “나는 대중에게 칭찬을 들으면 아무리 잘 한 일을 했어도 부끄럽다.” 본인의 예술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화살이 개입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네트워킹도 자신의 성향이나 작품성에 따라 나뉘지 않을까요? 마리아나 아브라모비치나 낸 골딘 같이 다양한 관객이나 다양한 모델과 소통을 해야 한다면 모를까 저 같은 경우에는 혼자 조용히 지내도 잘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한번 사는 인생 막 삽시다!

 

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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