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APT/Interview

[90APT] 17 푼타 - 박윤수

2017 / 10 / 29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마포구 상수동 주민 박윤수입니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다녔고 졸업한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최근에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2년간 학교에서 시각디자인과 조교로서 일하다가 올해 3월부터 자유의 몸이 되었어요. 일하는 동안엔 작업을 많이 하지 못해서 이제 막 시작한다고 보면 돼요.

 

Sports Day

 

-개인 작업을 하는거에요?

네. 개인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고 외주를 받기도 해요. 캐릭터 일러스트 쪽으로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똥뽀이 Captain Poopyboy_series2 market

 

-그럼 다른 일을 같이 병행하시나요?

그건 아니에요. 졸업 직후에 조교 일을 고려하게 된 이유가, 1-2년 간의 생활비 정도는 모아두고 난 이후에 부담 없이 그리고 싶은 그림 그려보자는 생각 때문이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새로운 작업들을 보고 자극받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프리랜서로서의 생활을 막 시작했습니다.

 

a head piece

 

-일러스트 작업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 작업을 주로 하시는 것 같은데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래픽적인 것이 의도하는 것은 아니고 전공이 시디과다보니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가끔은 보기 좋으려고 넣는 요소들이 디자인적으로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주로 사용하는 소재, 주제, 컬러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소재는 항상 인물이고 제가 인격을 심어 넣은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요. 사람들의 차림새, 주변 소품, 지나다니는 길거리에 관심이 많아요.

-인격을 심어 넣은 캐릭터가 어떤 건지 부가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소품이든 건물이든 어떤 것에라도 눈만 붙여 넣으면 인격이 생긴다고 인지해요. 단순하죠.

 

-작업을 하는데 영향을 받은 매체, 작가, 소재 등이 있나요?

좋아하는 작가는 너무나 많죠. 졸업 전시를 준비할 때 제일 영향받았던 사람은 Henning Wagenbreth라는 독일 작가였고 요즘은 영국의 Kyle Platts의 작업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매체로는 미국 TV 애니메이션과 유럽의 그래픽 노블, 코믹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여전히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작가와 매체들의 어떤 점이 영향을 줬나요?

표현 방법과 색감이요. 투시를 신경쓰지 않고 사물이나 인물을 비정상적으로 과장하거나 축소하기도 하고 원색에 가까운 색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갇혀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Between Buildings_terrace

 

Between Buildings_wall

 

Between Buildings_halloween

 

-작업의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주로 어떤 툴을 사용하시는지도요.

평소에 습관적으로 자료를 많이 모아둬요. 그림과 사진을 많이 보고 카테고리별로 정리하는 걸 좋아해요. 작업할 땐 항상 영화를 틀어두는데 쓸만한 장면을 캡쳐해두고요. 그 자료들을 기반으로 이번엔 이런 주제와 소재를 가져와야지, 하고 작업을 시작해요. 처음엔 주제와 관련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들을 계속 적어요. 거칠게 스케치를 하고 나서 컴퓨터 작업으로 들어가요. 툴은 작년까지만 해도 포토샵을 위주로 썼었는데 일을 받으려다 보니 한계가 느껴져서 불가피하게 일러스트를 써보고 적응하는 중이에요.

 

-본인의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읽히기를 바라나요?

저는 상업적/비상업적인 작업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놓고 싶어요. 제 그림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제가 무언가를 주장할 일은 없을 것 같고, 단지 분위기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유쾌하다던가, 재미있다던가. 그렇게.

 

-행사, 전시 등에 참여하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2년도였는데, 학교에서 여름/겨울 방학 때 주최하는 세미나/워크숍이 있어요. XD라고 하는데, 미국에서 활동하는 Sam Weber 작가님이 오셨었어요. 그림 그리는 것을 두려워하던 슬럼프를 겪고 있던 상황에 그분을 만났는데 그림을 평가하는 잣대를 드러내는 일 없이 다양한 스타일을 이해하고 북돋아주셔서 좋았어요. 그때 한 번 무언가 떨쳐낸 것 같아요. 굉장히 인상이 깊은 일이에요. 여전히 작업을 시작할 때는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전시 같은 경우, 작년에 처음 동기들끼리 한 전시를 올해도 기획 중이에요. ‘별개의 별것’이라는 이름인데 회사를 다니든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잠시 쉬고 있든 시간 쪼개서 개인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끼리 모였어요. 작년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토대로 올해는 일반 전시장 말고 사무실이나 창고를 임대해서 설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볼 계획이에요. 전시장을 구하려다 보면 인적이 드물거나 혹은 너무 비싸거나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두 분과 함께 DDP에서 전시를 했었어요. 내부 공간은 정말 좋았지만 본관과 꽤 떨어져 있어서 결국 지인들만 오는 전시가 되어버렸죠. 아쉬웠어요. 지인들에게 홍보하고 소통하는 작업도 물론 좋지만, 제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국내에선 아직 전시장을 잘 찾아가지 않는 느낌이긴 하죠.

맞아요. 보여도 잘 안 들어가죠. 마케팅을 잘 하지 않는 이상. 전 오프라인으로 전시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실물로 출력해서 만지고 테스트하는 과정이 재밌어요.

 

Between Buildings (별개의별것)

 

Between Buildings character (별개의별것)

 

-했던 작업들 중에 특히 애착이 있거나 의미 있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정이 쌓였을 때 해소해야 하는 시점에서 풀어냈던 작업이 마음에 남지만, 애착이 있긴 해도 굳이 사람들에게 이런 감정, 이런 의도로 작품을 했다고 소개하고 싶진 않아요. 그런 작업들보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했던 작업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작년 별개의 별것 전시 때 했던 [Between buildings]는 일을 하느라 작업을 거의 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손과 머리를 풀어내고 애쓰면서 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요. 홍대에서 7년쯤 살면서 본 사람들, 소품, 건물에 대한 이미지를 제 나름대로 해석하고 미화해서 그렸어요.

 

VANS_OFF THE WALL

 

-본인이 느끼기에 디지털 작업과 수작업 사이에 차이점과 장단점이 있을까요?

우선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지 도면이나 도안 따위를 그리고 있는 건지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직관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툴을 주로 사용하니 쉽게 지울 수도 있잖아요. 가끔 혼자서 아이고 약았다, 하고 자책할 때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수작업을 본질적인 그림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케치를 통해서 그림을 그리는 기분을 충분히 느끼고 툴에서 정리를 해요.

 

VANS_OFF THE WALL

 

-본인의 작업이 상업적/비상업적 사이의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분명 정도는 있겠죠. 상업적이다/비상업적이다 다가오는 느낌은 있어도 저는 규정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요. 상업적이라는 게, 굳이 기준이 있다면 대중들이 받아들이느냐 그것이 쉽지 않느냐 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도 좋은 기준은 아닌 것 같아요. 소수라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것도 상업적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면서도 이 질문이 많이 오고 갔었는데, 생각해보면 한 번도 뚜렷한 답을 들은 적은 없었어요. 모호하지요.

 

-요즘 관심 있는/작업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을까요?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예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제로 끌어안고만 있어요. 어려워요.

 

-90년대생 작업자로서 한국에서 작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딱히 90년대생 작업자로서는 아니고,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을 받았을 때는 투정부리지 말고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마감을 잘 지키는 것이 첫 과제고, 원하는 것은 맞춰주고. 외주와 개인작업을 함께 진행하다 보면 차차 내 스타일을 적용할 수 있는 지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사례를 보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자. 그 생각밖에 안드네요(웃음).

 

Duck the duck

 

-외주작업의 임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업의 크기에 따라 지급하는 규모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대부분은 받아야 할 만큼 못 받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기회가 있을 땐 얼마큼 받든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타협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네요..

 

-90년대생 작업자들의 특징은 어떤 게 있으며, 장단점이 무엇일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자기 홍보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게 특징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성향이 그렇다기보다는 다들 필요를 느끼니 어떤 방법으로든 애써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조교를 하면서 학생들을 계속 보아왔는데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어요. SNS를 통해 나를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가꿔야 할 능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누구든 편하게 연락해주시고, 인스타그램 팔로우 해주세요(웃음).

 

푼타

joyyoon32@naver.com

blog.naver.com/atnup_

박윤수

Instagram@heyola

http://www.heyol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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