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1 / 28
- 안녕하세요. 이번 호에는 간호사의 소개로 이미미님이 입주했습니다. 이미미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93년생. 이미미. 지금 그림그리고 있구요. 현재는 사회복무 요원입니다.
- 인터뷰 전에 꼭 이야기하고싶은 작업이 있으신지 미리 연락을 드렸는데요. 혹시 가져오셨나요? 그 얘기부터 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첫번째로 소개하고싶은 작업이라면, 제 졸전이에요. 16년에 졸업전시를 했고, 졸업전시 총선거 라는 작업입니다.
- 졸업전시 총선거는 어떤 작업인가요?
졸업을 앞두고, 다른 학교 애들은 어떤 작업을 하지? 다른 애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있을까? 그리고 그걸 어떻게 보여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일본아이돌 AKB48를 아시나요? 총선거 하는걸 인상 깊게 봤는데 아이돌 총선거 시스템 참조해서 졸업전시와 합쳐본 거에요. 졸업전시에서 가장 많이 겹친 재료와 소재를 찾아서 순위표로 작성했어요. 그리고 제가 정리를 한 학교의 졸전을 표시한 달력하고 학교의 졸전 포스터들을 모두 합친 포스터들을 만들었어요. 제가 16년에 졸전을 했으니까, 15년도 졸업전시를 정리한 셈이네요.
- 전시를 직접 다 둘러보신건가요?
네. 한 500몇명은 넘게 본 것같아요. 제 전공이 미술교육과인데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조소, 디자인, 동양화, 서양화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어요. 그게 다 필수기도하고. 졸전에서는 그 중 두 파트를 선정할 수 있는데, 저는 서양화 두 파트를 선정했고, 그래서 페인팅만 모아보자! 했는데 500작품이 넘게 모였어요. 전부 다는 아니지만.
- 정말 많이 보셨네요. 분석적인 작업인데, 보내주신 포트폴리오는 페인팅이었고, 성격이 너무 달라서 조금 놀랐어요.
다른 작업과는 잘 안 묶이죠. 저도 작업 하면서 느낀 게, 데이터를 모아서 정리하는 작업들이 저랑은 잘 맞지 않았어요. 되게 이성적이고 개념적인 작업을 하는 친구가 말하기를, “미미야 너는 이런 작업보다 페인팅이 더 좋다”. 그러기도 했구요. 그리고 막상 제가 졸업전시를 하니까, 아, 졸업전시라는게 되게 허술하구나. 다른학교도 다 허술할까? 이게 뭘까? 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확인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구요. 그래도 당시 저에게는 그런 묘한 상황,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했던 거 같아요.
- 나름대로의 졸업이었겠네요.
그렇죠.
- 페인팅은 어떻게 하시게 된건가요?
입시 때부터 항상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그때는 다 같은 입시 그림을 그리니까, 싫었고 (웃음) 다른 작가나 전시를 보면서 ‘나도 입시그림이 아닌 다른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죠. 2학년 학부때 서양화 강사 선생님이 학기가 끝날 때 제 그림을 사주시면서 페인팅 계속 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게 힘이됐고. 본격적으로 페인팅을 하기 시작한 건 대학교 3학년때에요. 학부 3학년 끝나고 휴학하고 공익가는데 까지 시간이 비어서 그때부터 집에서 계속 그림 그리기 시작했어요.
- 어떤 것을 그리시나요?
풍경하고 소리를 그리는데 먼저 소리는 제가 훈련소를 가서 총을 쐈는데, 총을 쏘고 쓰러졌어요. 소리 때문에 공황이 왔거든요. 소리가 아프게 들렸어요. 총 쏜 이후로 소리에 되게 예민해 져서 훈련소 때도 귀마개를 끼고 다니고 그랬어요. 아파서 훈련이 어려우니까 치료를 받아야 돼서 군인들은 국군병원을 다녔는데 병원 안에서는 진료 대기시간이 되게 길어요. 같은 지역군인들이 모두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니까요. 기다려도 진료를 받을 수가 없는 날도 자주 있기도 해서 진료 기다리면서 병원에 소리들을 그렸어요. 진료실 문 닫는소리, tv소리, 잡음같은거요.
- 와. 너무 좋아요. 최근에 본 드로잉이 음파같다고 생각해서,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훈련소에서 4주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소리 드로잉을 했어요. 제가 학교공익이라 행정실에 있거든요. 사무실소리,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 키보드 소리 같은걸 그리는 거죠. 계속 그리는 걸 보니 그래서 또, ‘나는 페인팅을 해야겠구나.’ 싶기도 하고. (웃음)
- 종이에 관한 선택기준도 있나요?
아. 드로잉마다 종이가 달라서 그런건가요? 종이는 제가 주로 학교에 있으니까 학생들이 새 색종이 같은걸 버리곤 해요. 그걸 주워서 책상 위에 두었다가 사용한 거고, 소리는 빠르게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종이나 집어서 (웃음) 할 수 있는 한, 직감적으로 그린 거에요.
- 공익가시기 전에는 거의 쏟아내듯 그림을 그리셨네요. 풍경은 어떻게 그리게 되셨나요?
주로 밤 풍경을 그리는데요. 평소에 밤 산책을 자주하기도 하고, 밤의 풍경을 유독 그리는 것도 전 밤을 볼 때 코러스가 많은 것 처럼 보여요. 전 음악을 들을 때 연주하는 악기들의 소리, 목소리, 이게 따로따로 들려서, 한 소리만 집중 적으로 듣기도 하고, 코러스가 많음 음악을 좋아해서 코러스만 따로 듣기도 하거든요. 전 밤이라는 것도 청각적인 이미지를 보는 것 같아요. 밤의 이미지들이 코러스의 레이어가 많고 겹쳐져 보여요. 시각적인 이미지가 들리진 않겠지만, 그런 풍경들을 보았을 때 저는 시청각적으로 받아들이고 되게 멍해지거든요. 그런 멍함을 페인팅으로 옮기는 거 같아요.
- 그래서 제목이 풍경과 코러스군요.
저는 풍경에도 청각적으로 풍경을 보고, 사람의 감각대로 그리는게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 시각과 청각, 각각의 감각마다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다른가요?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요. 다르다?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연결해서 그리는 것 같아요. 섞일 수 있고. 코러스가 많은 풍경을 그린다는 게 저에게는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고, 좀 웃기긴 한데 내가 그리면서도 이게맞다 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어요.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렇게 그리는 것 같아요.
- 디지털 페인팅도 하시는걸로 알고있어요. 페인팅 하시는 방식이 다양한데, 이유가 있을까요?
디지털 페인팅 은 제가 행정실에 있어서 물감을 쓸 수가 없어서에요. 사무실 환경에서는A4용지랑 낡은 컴퓨터의 그림판 밖에 없는 거죠. 한정된 공간에서도 상황에 맞게 그림을 그리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렸어요.
또, 소리는 빨리 순식간에 사라지니까. 소리를 잡아 내려면, 색깔을 빨리 바꿔서 빨리 화면에 그려내야 하는데 그림판 만큼 편한 게 없잖아요. 몇번 클릭만 하면 되니까. 소리를 그리는데는 잘 맞다고 생각해요. 색도 빨리 바꿀 수 있고, 브러시도 여러가지고. 디지털로 그리는 선은 유독 머리카락 같이 강약도 없고. 포토샵이나 그리기 유리한 프로그램보다 낡은 컴퓨터로 그림판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상황이랑 잘 맞는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지금 사회복무 요원이니까요. (웃음)
- 이건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춤도 추시고 퍼포먼스도 하셨던것으로 알고있어요.
대부도에서 경기창작센터에서 안은미 선생님이 일반인들을 섭외해서 각자 1분 59초동안 춤을추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참여한거에요. 그 프로젝트를 세번이나 했어요. 지금은 선생님이 그 프로젝트 안 하시는 것 같아요. 이제 기회도 없고, 훈련소 이후에 이런 큰 무대에 서고 싶어도 큰 소리를 못 들어서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도 하면서 이제 내 것이 맞나 라고 잘 감이 안 오기도 했고, 찰떡같이 안붙는다 그래야 되나. 답답해서 춤추러 간 거에요.
- 다른 매체로도 작업을 계속 할 의향은 없는건가요?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건 이제 소리 때문에 큰 무대는 설수도 없고, 큰 의향도 없고, 기회가 있으면 하겠는데 기회도 없는 것 같고…잘하는걸 해야겠다. 그 생각 밖에 없네요.
- 굉장한 패션이시잖아요. 얼핏 들은것도 같은데, 브이로그나 로리타 패션 취향도 퍼포먼스의 일환인지 궁금해요.
퍼포먼스적이죠.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많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원래 눈썹도 탈색하고 핑크색을 하고 다니는데 지금 어둡게 했어요. 간호사님이 시기를 놓치셨네요. 어렸을 때부터 단순히 분홍이 좋았어요. 어렸을 때 내복 입잖아요.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근데 저는 분홍색입었어요. 여아용도 다 같은 어린이라서 사이즈는 맞으니까요. (웃음) 어릴적부터 ‘엄마, 나 핑크색깔! 엄마 나 원피스입고 싶어!’ 그러면 입혀주셨어요. 그게 기본이 된 거 같아요. 여기에 부모님도 크게 생각은 없으신 거 같고. 지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댓글에 어떤분들은 욕같은것도 쓰더라고요. 인스타에 ‘이놈 잡겠다’ 라고 올렸었는데,
- 이놈 잡겠다의 대상이 되신 건가요?
아뇨. 저한테 욕한 사람을 ‘이놈 잡겠다’ 라고 올렸어요. 이런 정체성들을 숨기고 살았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때는 일반사람들처럼 보이려고 정말 조용하게 혼자 있었어요. 안은미 선생님 만나고 나서부터 아 굳이 내가 이렇게 다닐필요가 없구나 하고 바꾸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게 예쁘다고 생각하고. 친구가 제 유튜브에 로리타 치마를 산 영상을 보고선 자기가 본 네 모습 중에 제일 웃고 있더라고, 행복해 보이더래요. 어떻게 보면 큰 의미는 없지만 고정적인 성역할에 그냥 엿 먹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있구요. 고정적인 성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지만 모르는 척 하면서 슉하고 고정관념을 넘어 달려가고 싶어요. 그리고 색이라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자유가 없는 것 같아요. 옷을 골라도 그렇고. 유니클로가면 남자 옷 다 저채도에요. 여자 옷은 또 너무 파스텔쪽이고 색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저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웃음) 이게 당연하기도 한건데. 왜 이상하게 볼까.
- 페인팅작업들은 이런 퍼포먼스와는 전혀 분위기가 달라요.
둘은 달라요. 출발하는 지점이나 기반하는 정서 같은 것 들이. 연결점은, 저도 섞으려고 되게 노력을 했는데 (웃음) 안됐어요. 회화는 회화고 퍼포먼스는 퍼포먼스에요. 섞으면 보는사람은 편할 것 같은데, 현재까지는 안 섞여요. 그것을 강요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캐릭터가 있으니, 섞어보아라.하면서. 쉽게 지금은 공주님이 밤에 산책 나와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 두 부분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출발하나요?
저는 스스로 공주님이 되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는데, 이게 퍼포먼스의 출발이구요. 공주가 된 아이가 보는 관점이 페인팅인 것 같아요. 생각보다 둘의 거리가 멀어요.
- 말씀해주신 이야기로는 굉장히 가깝게 들려요.
제가 찾은 합의점이 그거에요.
-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세대의 작업자들 사이에서 구분되는, 작가님과 주변의 커뮤니티가 가지는 특징을 느끼시나요?
생각보다 내가 참 특이하네 싶어요. 일단 겉모습이 너무 다르구요. (웃음)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드문 것 같고. 저도 그렇고 90년대의 다른 작업자들도 그렇지만 큰 자본에 대해 대항하지는 못해도. 한번은 쓱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힘 같은게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특이하고 쓱 돌아보게 만드는.
- 90APT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플랫폼을 누군가는 만들겠지 했는데 이렇게 빨리 시작하나? 란 생각을 먼저 했었고, 미술계가 사람 신체라면 엄지발가락 뼈 같은 느낌이에요. 아래엔 있지만 중요한. 그리고 색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요. 90년대생만 소개할 것 같은 이름인데, 아니잖아요.
-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전시에 관해서 이야기는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원래 그림은 계속 그리는거고, 다음 작업은 영화의 소리를 유화로 그릴 계획이에요. 끝 계획은 제 장례식에는 모두 블랙 말고 핑크를 입고 오는 정도? (찡긋)
- 이것으로 인터뷰는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간호사
the90nurse90@gmail.com
이미미
Youtube@미미챤네루
snow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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